#1 아프리카 청춘이다 (아프리카 준비물/ 아프리카 여행/ 배낭여행)
멋있었다. 흑인 특유의 그 그루브함과 쿨해보이는 그 느낌. 흥얼거리는 것도 노래가 되고 손짓 하나가 리듬이 되는 간지.
보고 싶었다. 용인에 있는 사파리 말고, 수족관의 돌고래 말고, 라이언킹에서만 봤던 세렝기티와 노을, 코끼리를 너무 보고 싶었다.
지금 아니면 언제..싶었다. 왕복 비행기만 52시간. 직장인이 되면 이런 여행은 꿈만 꾸다 말지 싶었다. 나이들고나면 세렝기리를 갈만한 무릎이 남아있지도 않을 것 같았다.
..라고 친구들과 가족에게는 말했지만, 사실 그냥 가고싶었다. 생각없이 음 괜찮은데? 라고 먹었던 마음이 자꾸 굴러가다보니까 무시무시한 눈덩이가 되어서 멘탈을 잡아먹었고, 이젠 떠나야 했다. 안 그럼 평생 후회할 것 같았다. 사실 아무것도 몰랐지만,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괜찮지 않을까? 하는 안전불감증 말기 환자 바이브로 준비를 시작했다.
부모님과 만두도 저 미친놈이 혼자서 떠나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아프리카 여행
그 해 여름을 돌아보며
흔히들 아프리카를 간다고, 그것도 혼자라고 말하면 90%는 이런 반응을 보인다.
"거기 위험하지 않아아~?"
나도 모르지. 아직 안 가봤는데.
사실 검색해보면 무시무시한 말들이 많다. 한국인이 실종되었다거나, 총격사건이 발생하고, 쿠데타 일어나고..
실제로 가보면 한국보다는 분위기가 다운된 곳도 많고, 어둑어둑해지면 무서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누가 그러지 않았던가 (사실 위에서 내가 그랬다) 거기도 다 사람 사는 곳이라고. 그리고 무엇보다, 검색능력이 정말 뛰어난 우리 한국인들은 다 검색해보고, 남들이 다 가는 곳만 갈 것이기에 특별하게 위험한 일은 없을거라 보면 된다. 젊음만 믿고 까불지 않는다면.
물론 나도 위험한 일은 있었다. 기본적으로 마사이족은 칼을 차고 다니고.. (술집에서 직접 들은바로는 정부에서 마사이족한테만 허가해줬다고) 탄자니아, 같은 집에서 잤던 집 주인 찰리는 대마초를 권하고 내가 거절하자 정색하며 화를 내고 밤에 방에 들어오려 하고 (진짜 무서웠음), 경비행기 문이 갑자기 열리고, 택시강도를 당할 뻔 하고..
쓰고 나니까 되게 무서웠는데 살아온게 다행인가 ㅋㅋㅋ
사실 글로 보면 굉장히 다급했던 상황같지만, 걔네도 사람이고 법질서가 있어서 대낮에 사람을 팬다거나 하지 않는다. 또한 유럽인들이 아프리카를 많이 오는 편이라, 관광객에 대한 인식이 잡혀 있어서 대응만 잘 하면 크게 위험한 일은 없다.
하지만 언제나 사람일은 모르기에, 조심 또 조심하는 것이 상책이다. 나는 혼자였기에 더욱더 조심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위험했던 일이 10 이라면, 그보다 더한 추억은 100000000000000이다.
실제로 모두가 흥겨웠던 탄자니아, 그곳의 마트 계산원들은 그루브를 타면서 바코드를 찍어줬고, 길거리에 지나다니는 사람은 나를 처음 보더라도 "잠보!" 라며 인사를 건네줬다. 내가 어떤 실수를 하거나 비행기가 연착되더라도 그곳 친구들은 하쿠나마타타~ 라며 긍정적이었고 (이건 열받는 일이었던가) 로컬 시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하나같이 눈빛이 선한 사람들이었다.
잔지바르 섬에서 겪은 에메랄드 빛 해변은 지금까지 본 해변중에 가장 비현실적인 색깔이었고, 능위 해변에서 보는 선셋은 바닷물에 다 봉숭아물이 든 듯 했다. 그 속에서 헤엄치는 돌고래와 고래를 보러 보트를 빌려 쫓아다녔던 추억은 정말 잊을 수가 없다. 해가 지는 세렝기티에서 가젤들이 뛰어가고, 그 옆에 배가 부른지 누워만 있는 사자와, 밤에 숙소에서 화장실을 가다가 만난 코끼리, 치타, 코뿔소, 하이에나...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을만큼 벅찬 감동과, 평화로운 마음을 주었던 여행이었다.
무사히 돌아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행복한 마음이 너무나도 컸던 시간이었으며 다시 가라고 해도 주저없이 떠날 것 같다.
잔지바르의 만원버스
여행계획 짜기
아무래도 지하철도 있고, 핸드폰도 잘 터지는 유럽보다, 아프리카 여행계획 자체가 막막한 것이 사실이었다. 일단 주위에 다녀온 사람도 없고, 위험하다고 하니까 호신용무기라도 가져가야 할지, 캐리어가 좋을지 배낭이 좋을지 등등.
일단 여름이라 다행이었다. 짐이 크게 없으니까. 참고로 2018년 여름은 한국이 정말 죽을만큼 더웠다는데, 아프리카는 비교적 선선했다. (한국보다 5~6도 낮은 정도?) 가서 알게된 사실인데, 최근에 중국인들이 아프리카로 피서를 오기도 한단다.
어쨌든, 짐이 없는 만큼 단촐하게 배낭으로 출발하기로 마음 먹었다. 사실 아프리카 가는데 캐리어는 좀 간지가 안나잖아..
일단 크게 잡은건
날짜 |
여행일자 |
일정 |
07월 24일 |
1일차 |
다르에스살람 1205 도착, 잔지바르로 항공 이동 |
07월 25일 |
2일차 |
잔지바르 |
07월 26일 |
3일차 |
잔지바르 |
07월 27일 |
4일차 |
잔지바르 |
07월 28일 |
5일차 |
잔지바르 |
07월 29일 |
6일차 |
잔지바르 -> 아루샤 항공 이동 (11:00 ~ 12:00) |
07월 30일 |
7일차 |
세렝기티 사파리 |
07월 31일 |
8일차 |
세렝기티 사파리 |
08월 01일 |
9일차 |
세렝기티 사파리 |
08월 02일 |
10일차 |
아루샤에서 모시로 이동 / 투어 예약 및 휴식 |
08월 03일 |
11일차 |
마랑구 투어 / 챔챔온천 |
08월 04일 |
12일차 |
모시-> 다르에스살람으로 이동 (버스, 10시간 소요) |
08월 05일 |
13일차 |
다르에스살람 -> 카이로 (비행기, 0645 - 1145) / 카이로 시내관광 및 휴식 |
08월 06일 |
14일차 |
카이로에서 바하리야 사막 투어 |
08월 07일 |
15일차 |
사막 투어 / 휴식 |
08월 08일 |
16일차 |
피라미드, 스핑크스 관광 / 아스완으로 이동 (기차, 14시간) |
08월 09일 |
17일차 |
아스완 도착 & 관광 / 아부심벨투어 예약 및 휴식 |
08월 10일 |
18일차 |
새벽부터 아부심벨 투어 / 크루즈 투어 |
08월 11일 |
19일차 |
크루즈 투어 |
08월 12일 |
20일차 |
다합으로 가는 열차 & 서안투어 예매 / 오후 동안투어 / 저녁 룩소르 신전 |
08월 13일 |
21일차 |
오전 서안투어 / 오후 5시 다합버스 탑승 (18시간 소요) |
08월 14일 |
22일차 |
오전 11시, 샴웰쉐이크 도착 / 다합으로 이동(1시간) |
08월 15일 |
23일차 |
천국 |
08월 16일 |
24일차 |
천국 |
08월 17일 |
25일차 |
천국 |
08월 18일 |
26일차 |
천국 / 저녁에 샴웰쉐이크로 이동 |
08월 19일 |
27일차 |
샴웰쉐이크 -> 카이세리 (0330 ~ 1100) / 카이세리에서 괴리메 이동 / 저녁 로즈벨리 |
08월 20일 |
28일차 |
오토바이 투어 / 벌룬투어 |
08월 21일 |
29일차 |
괴리메에서 휴식 / 괴뢰메 -> 페티예 (1900 ~ 0700) |
08월 22일 |
30일차 |
아침 페티예 도착 |
08월 23일 |
31일차 |
페티예 관광 |
08월 24일 |
32일차 |
오후 페티예 -> 파묵칼레 |
08월 25일 |
33일차 |
파묵칼레 관광 & 파묵칼레 -> 이스탄불(밤 버스) |
08월 26일 |
34일차 |
아침 이스탄불 도착 |
08월 27일 |
35일차 |
이스탄불 관광 |
08월 28일 |
36일차 |
저녁 2145 비행기 |
08월 29일 |
37일차 |
저녁 2310 비행기 귀국 |
다음과 같은 일정이었다.
쪼금 더 있고 싶었지만, 돌아와서 취직을 해야했기 때문에ㅠㅠㅠㅠㅠ 어쩔수 없이 37일차로 끊고 귀국행비행기에 탑승할 예정.
동아프리카에서 2주가량 머물고, 북아프리카(이집트) 에서 열흘가량, 그리고 터키로 나와 아웃하는 일정이었다.
40일 가량 되는 일정이 사실 짧은 건 아니었기에 배낭에 있는대로 꽉꽉 넣어서 출발해야 할 판이었다. 이렇게 계획은 다 짜고, 남은 것은 배낭 싸기와 각종 전염병주사 맞기, 비자 받기가 있었다.
짐싸기 관련된 자세한 내용은 다음 포스팅에서 !
사람보다 잘생겼던 세렝기티 길고양이